Page 24 - 정형외과 소식지 388호-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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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산책(東洋古典散策)
김인권 (한국 한센복지협회 회장)
(서울 예스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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投鼠忌器(투서기기: 쥐 잡으려다 독 깰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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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학
회 1995년 7월 4일, MBC PD수첩 ‘소쩍새마을의 진실’의 방영으로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또 동시에 큰 허탈감을 가지게 되었다.
소 일력스님 또는 일력거사라고 알려진 그는 1960년대 수도승 시절부터 고아와 장애인, 부랑자들을 이끌고 서울 변두리 지역을
식 이리저리 전전해오다가, 1985년부터 강원도 치악산 금대계곡에 있는 금대국민학교 일론 분교 매각이 공고되자 이 건물을 사서
개조하고 비닐하우스까지 차려 '소쩍새 마을'을 세워 정착했다. 그의 선행과 희생이 1991년 초부터 여러 방송매체를 통해 점차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1992년 5월 9일, SBS에서 ‘소쩍새 마을 사계’가 방영되면서부터 시청자들의 격려 전화와 후원이
빗발치게 늘어났다. 그러나 1995년 7월 4일, MBC PD수첩 ‘소쩍새마을의 진실’이 방영되면서 그 추악한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한 달에 7~8억씩이나 되는 기부금을 횡령하고, 그 돈으로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향락을 일삼고, 복지원의
아동들을 폭행하고, 인근 다른 복지원인 꽃동네에 버리기도 하고, 성폭행까지도 했으며, 심지어 소쩍새 마을에 오는 여성
신자들을 성폭행하려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의 전모가 알려진 뒤 일력은 중국으로 도주했다가 이후 자진 귀국했고,
결국 구속되었다. 일력스님의 실체가 방송된 후 소쩍새마을로 기부되던 후원금은 그쳤고 그나마 유지되던 소쩍새마을의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어 여러 형태의 장애인들이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이곳은 대한불교
조계종 예하 중앙승가대학교에 인수됐지만 그간의 이곳에서 보호받고 있던 사람들의 고초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부금에 의해 운영되는 기관은 점차 늘어나고 그럼에 따라 그 기부금의
혜택이 정작 그 기관이 보호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전달되는지의 의혹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부조리가
있다고 하여도 대책 없는 부조리의 폭로는 그 폭로 자체는 호기로울 수는 있지만 그 폭로로 인해 와해된 그 기관의 구성원들의
고통은 더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것이다. 자신의 공명에 집착하고 사회적인 명분에 도취하여 그 결과 가져올 폐해는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고 본다는 행동은 이 사회의 공동의 선을 향해 나간다는 본질을 훼손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고아와
장애인 부랑자들을 모아 그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력스님의 시작은 남들이
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재력에 본연의 순수한
정신의 일탈을 가져와 향락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추측된다. 후원으로 늘어난 재력으로 재소자들의 복지 향상은 없이 자신의
향락의 도구로 삼았다. 그렇다고 재소자들의 생활이 더 못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후원금이 단절되고 일력스님이 도주하여
그나마 어렵게 생활하던 재소자들이 당장 끼니를 잇기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즉 일력스님의 불의를 고발하기 전에
고발함으로 해서 그 공동체가 와해되고 그로 인해 그 구성원들이 더 큰 고통에 처하리라는 것을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현명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여포를 평정한 조조는 유비와 같이 개선하여 유비에게 獻帝(헌제)를 알현하게 하였고 헌제는 유비를 좌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