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정형외과 소식지 384호-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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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조의제문은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왕위찬탈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글로 세조의 증손자인 연산군으로서는
자신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글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절대 우위에 있었던 항우가 상대적인 열세의 유방과의 전쟁에서 패한 원인에 대하여 후세 사람들이 여러 가지 분석을 하고
그 이유를 들었다. 그중 항우는 과격하고 자신에게 항복한 적들을 가차 없이 살해하였으며 자신의 주군인 초회왕을 살해하여
명분을 잃었고 유방이 살려두었던 진의 3세 자영과 진의 황족 그리고 함양의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약탈하여 민심을 잃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심지인 함양을 도읍으로 하는 관중을 차지하라고 했지만 자신의 고향인 팽성으로 돌아가 지리적인
이로움을 잃었고 또 초패왕이 된 후 논공행상을 하여 장수들을 제후왕으로 삼았는데 원칙없이 항우 개인의 좋고 싫음에
따라 결정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통해 항우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기는커녕 반발만 불러왔다. 군사적으로 절대 우위의
상황에서의 홍문연에서 범증의 계책대로 유방을 제거하지 못한 것과 홍구협정 후에 그 휴전협정을 순진하게 믿고 안심하는 33
사이에 협정을 무시하고 계속 항우를 압박하는 유방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전쟁이란 이겨야 善(선)이란 냉엄한 현실을 알지
못하였다.
유방이 항우를 이긴 후 한 황제가 되어 잔치 자리에서 신하들에게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은 무엇이고 항씨가 천하를 잃은 정
까닭은 무엇인가’ 물었다. 이에 신하들이 여러 이유를 들었으나 ‘공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군막안에서 계책을 짜서 형
외
천리 밖 승부를 결정하는 일이라면 나는 子房(자방:장량)만 못하다.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달래고 전방에 식량을 공급하고
과
양식 운반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일이라면 내가 蕭何(소하)만 못하다. 100만 대군을 통솔하여 싸웠다 하면 반드시 승리하고 학
공격하면 틀림없이 손에 넣는 것이라면 내가 韓信(한신)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인걸이고 내가 이들을 쓸 수 있었다. 회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즉 유방은 사람을 다스리는 용인술에 뛰어났으나 항우는 유일한 책사인 范增(범증)도 소
식
용납하지 못하였다.
사마천은 ‘항우는 초나라가 그리워 관중을 포기하였고 義帝(의제)를 추방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으며 왕과 제후들이
자신을 배신한 것을 원망하였으니 성공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고(自矜功伐:자긍공벌) 사사로운
지혜를 뽐내어 옛사람을 본받지 않고서 패왕으로서의 업적이라 여기고 무력으로 정벌하여 천하를 경영하려고 하다가 5년
만에 끝내 나라를 망하게 만들고 몸은 東城(동성)에서 죽으면서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자신을 나무랄 줄 몰랐으니 이것이
잘못이었다. 도리어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내가 용병을 잘못한 탓이 아니다.’라고 핑계 댔다.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豈不謬哉:기불류재)라고 초한전쟁에서 항우의 패배를 논평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대선을 향한 지루한 싸움이 끝나고 차기 대통령을 선출할 날이 머지않았다. 유력 후보자들과 그의 가족들의
석연치 않은 전력과 의혹이 난무하는 것이 마치 초한전쟁을 보는 것 같다. 어쨌든 역시 시간이 지나면 승자와 패자가 가려질
것이고 승자는 미화되고 패자는 적폐가 될 것이 뻔하다. 초한쟁패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유방은 함양에 입성하여 진의 3세
자영을 위시한 모든 진의 황족들을 사면하고 부고를 봉쇄하여 약탈을 금지하고 그동안 진의 혹독한 법에 시달린 백성들에게
모든 법령을 폐지하고 3장의 법만 약속하여 많은 호응을 받았고 곧 이어 입성한 항우는 진의 모든 황족을 몰살하고 궁성을
불태우고 약탈을 자행하여 민심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정부 역시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전망을 보여주기보다는
적폐청산을 한다며 소란스런 기간을 보냈으나 그 적폐가 청산이 되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군사력에서 절대 약세인
유방이 항우를 이긴 것은 한마디로 민심을 거스르지 않고 민심에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선의 승리자가 되어
우리나라 국정을 앞으로 5년간 이끌어나갈 승자는 마땅히 이 초한전쟁의 역사를 귀감 삼아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