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정형외과 소식지 387호-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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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산책(東洋古典散策)
김인권 (한국 한센복지협회 회장)
(서울 예스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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群盲評象(군맹평상: 여러 맹인이 코끼리에 대하여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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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역사상 코끼리는 우리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동물이지만 코끼리가 서식하는 남방의 여러 나라에서는 친숙함과 경외의 대상이
소 되기도 하다. 특히 인도에서 기원한 불교와 힌두교에는 흔히 코끼리가 등장하고 불교가 중국과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우리도
식 어렴풋이 코끼리에 대하여 알기는 하였지만 그 실체를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신라시대부터 조형 문양으로 석탑에 사용되었고
근래까지 목가구의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는 眼象紋(안상문) 역시 이름은 코끼리의 눈 모양의 무늬라고는 하지만 실제의
코끼리의 눈과는 거리가 멀다.
힌두교의 신들 중 하나인 가네샤는 사람의 몸에 코끼리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힌두교의 브라흐마, 시바, 비쉬누 세
주신 중 하나인 시바와 그 아내 파르바티의 아들이고 시바의 아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이다. 힌두교 비밀종파의 하나인
가나파티아파에서 주신으로 섬김 받고 있으며, 다른 힌두교 종파들도 가네샤를 상당히 높은 신으로 숭배한다. 다른 신에게
선물 받은 어떤 장애라도 걷어내고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슬기를 갖고 있어서, 사업을 번창하게 하고 학문의 성취를
이루게 해준다고 믿는다. 인도에서는 락슈미, 크리슈나, 하누만과 함께 가장 폭넓게 숭배받는 신중의 하나이며 사업의 번창을
가져온다고 믿어 상점이나 음식점에 가네샤의 신당과 신상을 보존하여 경배한다.
어머니 파르바티가 목욕하는 걸 지키다가 고지식하게 아버지 시바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화가 난 시바에게 목
베어졌는데, 그것을 안 파르바티가 울부짖으면서 사실을 이야기하자 경솔함을 후회하고 다급히 지나가던 코끼리의 목을
베어 얹어 주었다고 한다. 이 가네샤의 한쪽 엄니가 부러져 있는데 다른 신과 시비가 붙었는데 상대의 칼을 상아로 막다가
부러졌다고도 한다. 가네샤는 이 부러진 엄니를 무기 삼아 적을 물리치기도 한다.
석가여래의 좌 우에는 文殊菩薩(문수보살)과 普賢菩薩(보현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좌협시인 문수보살은 사자를 타고
있고 우협시인 보현보살은 코끼리를 타고 있어서 코끼리가 보현보살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문수보살과 함께 일체보살의
으뜸이 되어서 언제나 여래께서 중생을 제도하는 일을 돕고 널리 선양한다. 또 중생들의 목숨을 길게 하는 덕을 가졌으므로
보현연명보살 또는 延命菩薩(연명보살)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불교를 통해 코끼리는 우리에게 친숙해져 있었으나
실체를 볼 기회는 거의 없어 코끼리를 정확하게 그릴 수는 없었다.
태종실록 11년인 1411년에 ‘일본 국왕 源義持(원의지; 실제로는 무로마치 막부의 쇼군 아시카가 요시모치:足利義持)가 使者(사자)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하여 이것을 司僕寺(사복시)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5斗(두)씩을 소비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2년 후인 태종 13년 기록에 의하면 이 코끼리에 가까이 다가가
침을 뱉고 희롱을 한 前(전) 工曹典書(공조전서) 李瑀(이우)가 밟혀 죽는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죽게 한 코끼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