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정형외과 소식지 387호-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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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회인 죠지아주 아틀란타시 외곽의 디케토교회에서 모금하여 현대적인 병원을 새로 짓기로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1969년
모금에 의해 그전보다 훨씬 크고 잘 갖추어진 병원을 지을 수 있었다. 미국교회의 지원으로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건물을 짓게
된 토플 선교사는 병원 건축 후에 이 전보다 훨씬 많이 소요될 신축병원의 유지 관리에 많은 고심을 했다. 그는 ‘누가 나에게
코끼리를 준다면 내가 그 코끼리를 먹여 기를 수가 있을까?’라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는 불교에서 대단히 귀중한 존재로 여겨지는데, 이는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6개의 상아가
달린 하얀 코끼리가 그녀의 오른쪽 겨드랑이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코끼리는 귀한 존재이지만
기르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었다. 고대 태국에서는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신하에게
하얀 코끼리를 선물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하얀 코끼리는 희귀할 뿐만 아니라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기
때문에, 코끼리를 받은 신하는 코끼리에게 노동을 시키지도 못하고 막대한 사료비를 들여 귀한 음식으로 정성스럽게 키워야
22 했다. 특히 이는 왕의 하사품이기에 소홀히 다룰 수 없었고 만약 그 코끼리가 죽기라도 하면 왕으로부터의 불이익이 두려워
이 하얀 코끼리를 받은 신하는 어쩔 수 없이 이 귀한 동물을 기르는데 많은 돈을 쓸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재정적으로 파산에
이르게 된다.
정 이러한 이야기가 서구 사회로 전해지면서 '하얀 코끼리(white elephant)'는 비용만 많이 들고 쓸모가 없는 애물단지를 나타내는
형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하얀 코끼리는 투자를 했지만 운영이나 유지 및 관리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외 소요되어 결과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자산이나 사업을 가리키는 데 사용된다. 2017년 영국 가디언지는 세계의
과 ‘하얀 코끼리’ 건축물이나 시설 10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거기에는 캐나다의 토론토의 지하철역, 베를린의 신공항, 평양의
학 유경호텔, 러시아의 소치 동계올림픽 시설이 포함되었고 또 우리나라의 4대강 사업도 이에 포함시켰다. 아마도 토플선교사
회
소 역시 이 하얀 코끼리에 대한 이런 말을 알고 있었고 애양원을 현대적으로 신축하면서 그 운영과 유지 관리에 대한 걱정을 누가
식 자신에게 선물한 하얀 코끼리로 비유한 것 같다.
群盲評象(군맹평상)은 여러 맹인이 코끼리에 대하여 말한다는 뜻으로 사물을 자신의 주관과 좁은 소견으로 그릇된 판단을
한다는 의미이고 다시 말해서 어리석은 사람이 자기 주관에만 치우쳐 일을 그릇되게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北宋涅般經 (북송열반경) 獅子吼菩薩品(사자후보살품)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어느 왕이 대신에게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맹인들에게 보여주라고 하였다. 이에 맹인들이 코끼리를 각자 손으로 만져 보았다. 왕이
맹인들에게 ‘그대들이 코끼리를 만져보았는데 이것이 무엇과 같은 것인가’하고 물었다. 상아를 만져본 맹인은 코끼리의 모양이
무와 비슷하다 하였고, 귀를 만져 본 맹인은 키와 같다고 하였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와 같다 하였고,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같다 하였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같다 하였고, 꼬리를 만져 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하였다.
정상적인 사람이 보았다면 이 여러 맹인들이 각자 아는 코끼리에 대한 지식은 아주 단편적이고 실제의 코끼리가
아닐 수 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코끼리는 부처님이고 여러 맹인은 어리석은 衆生(중생)을 비유한 것이다. 어리석은
중생, 즉 善男(선남)들은 자신들이 만져 본 부위를 코끼리의 전체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부처님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부분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전체라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우리의 마음속에 우리가 아는 부처님을
각각 따로 모시고 그것이 전체인 양 믿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 사물을 볼 때 작은 일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는 태도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또 판단의 오류일 수 있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그런 편견을 버리고 나와 다른, 다른 사람의 생각도 무조건 비판하고 버릴 것이 아니라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맹인들은 각자 자신이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코끼리의 부분을 코끼리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들의 주장과 지식이 전체적인
코끼리를 그리는데 무리가 있지만 각자가 말하고 있는 것을 종합하면 코끼리를 말하고 있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비록 코끼리의 전체 모습은 아니지만 이것을 떠나 달리 코끼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맹인들이 주장하는
그들의 코끼리가 코끼리의 본모습이 아니라고 서로 매도하기보다는 그들의 의견을 취합하여 완전한 코끼리를 제시하는 그런
의견을 통합할 줄 아는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좋지 않은 지도자는 각각 맹인들의 한정적인 지식을 통합하여 온전한
코끼리를 그려 알려주기보다는 각자 자신의 아집을 가지고 다투게 방관하는 지도자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는
이들의 편협 된 주장에 치우치지 않고 그들의 주장을 종합하여 온전한 코끼리의 모습을 제시할 뛰어난 지도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