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정형외과 소식지 391호-9월호
P. 24

동양고전산책(東洋古典散策)




                                                                                김인권 (한국 한센복지협회 회장)
                                                                                         (서울 예스병원 병원장)









    24               結草報恩 (결초보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다)




    정
    형
    외
    과
    학          옛날 시골에 사는 한 젊은이가 과거를 보려고 집을 나서서 서울을 향하여 가다가 강원도 赤岳山(적악산)을 지나게
    회          되었다. 그런데 산중에서 꿩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바라보니 새끼들을 잡아먹으려는 구렁이를 보고 어미 꿩이 절규하는
    소          것이었다. 젊은이는 활로 구렁이를 쏘아 죽이고 새끼 꿩들을 구해주었다. 젊은이는 계속해서 길을 가다가 산속에서 날이
    식
               저물어 잘 곳을 찾아 헤매다가 한 인가를 발견하고 그 집에 가서 자고 가기를 청하였다. 그 집에서 한 여인이 나와 잘 곳을
               안내해 주었다. 젊은이가 피곤하여 깊이 잠들었다가 숨이 막히고 답답해서 깨어 보니 큰 구렁이가 자기 몸을 칭칭 감고
               입을 벌려 삼키려고 하였다. 구렁이는 젊은이에게 ‘나는 낮에 네가 죽인 구렁이의 아내인데 남편의 원수를 갚기 위해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선비가 살려달라고 하자 구렁이는 산위에 빈 절에 종이 있는데 새벽예불 때까지 그 종이 3번 울리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범종의 소리를 들으면 지옥에 떨어져 고통받는 중생들까지 구제 받아 다시 극락으로 갈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어 죽은 남편 구렁이의 천도를 위한 것이다. 아무도 없는 빈 절의 종을 칠 사람은 없기로 이제는 도저히 살 가망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렁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뎅! 뎅! 뎅!’ 하고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종소리를 들은
               구렁이는 반가운 빛을 띠고 감고 있던 젊은이의 몸을 풀어 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날이 밝아오자 젊은이는 종소리가 난 곳을
               찾아가 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종루가 있었는데, 종 아래에는 전날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울부짖던 꿩 두 마리가 머리가 깨져
               죽어 있었다. 젊은이는 꿩이 은혜를 갚으려고 종을 울리고 죽은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과거 길을 포기하고 그곳에 절을 세워
               꿩들의 명복을 빌며 일생을 마쳤다. 그 후로 적악산을 꿩 치자를 넣어 雉岳山(치악산)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고, 젊은이가
               세운 절이 지금의 치악산 상원사다.

               동물이  사람에게  은혜를  갚는  이야기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것은  흥부전에서  제비가  자신의  다리를  고쳐준
               흥부에게 은혜를 갚는 박씨를 가져다주는 이야기다. 비슷한 이야기가 중국에도 있다. 남조 梁(양)나라의 吳均(오균)이
               지은 續齊諧記(속제해기)에 黃雀銜環(황작함환:노란 꾀꼬리가 옥가락지를 물어오다)의 이야기가 있다.
               後漢(후한) 때 사람 楊寶(양보)가 아홉 살 때 華陰山(화음산)의 북쪽에 올랐다가, 꾀꼬리 한 마리가 올빼미의 공격을 받아
               나무 밑으로 떨어져 개미들에게 곤혹을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양보는 꾀꼬리를 집에 데려와 두건을 보관하는 상자에
               넣고 국화를 먹여 보호했다. 백여 일이 지나자 꾀꼬리의 날개에 깃털이 자라나 날아갔다. 그날 밤 양보의 꿈에 노란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양보에게 재배를 하면서 말했다. ‘저는 西王母(서왕모)의 사자입니다. 당신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나를 구해 주었
               습니다. 구해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라고 하고 백옥가락지 네 개를 주면서 말했다. ‘당신의 자손들이 이 옥가락지처럼
               깨끗하게 되고, 지위는 삼공에 오르도록 해 주겠습니다.’라 말하였다. 그 후 그 자손들이 대대로 삼공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헌제때 태위 楊彪(양표)와 그 아들인 조조의 계륵의 뜻을 미리 알아 맞춘 수재 楊修(양수)가 그 후손들이다.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