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정형외과 소식지 394호-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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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산책(東洋古典散策)
김인권 (한국 한센복지협회 회장)
(서울 예스병원 병원장)
16 前覆後戒(전복후계: 전철을 밟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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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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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漢 文帝(한 문제)때 賈誼(가의)가 상소를 올려 정사에 관하여 의견을 피력하였다. 속담에 ‘관리로 일하는데 익숙지 않거든 전임
관리가 잘했던 바를 살펴보아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앞에 가던 수레가 전복하면 뒤에 가는 수레가 경계로 삼는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夏(하) 商(상) 周(주) 三代(삼대)가 오래도록 존속한 이유는 지난 일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궤적을 따르지 않는 것은 그 높은 도덕과 지혜를 본받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秦(진)나라가 그토록 빨리 망했던 자취가 뚜렷이
남아 있는데도 그 전철을 피하지 않고 따라간다면 뒤에 가는 수레도 뒤집어지게 됩니다. 흥망의 변화나 치세와 난세를 가르는
관건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鄙諺曰 不習爲吏 視己成事 又曰 前車覆 後車戒. ··· 秦世之所以亟絶者 其轍跡可見也
然而不避是 後車又將覆也···)’(한서 가의전)
처음 하는 일이 익숙지 못하면 앞 사람의 한 일을 보고 실수가 없도록 할 것이며, 앞 수레가 넘어진 것을 보았으면 그 수레가
지나간 바큇자국을 피해 가야만 넘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남의 실패를 거울삼아 똑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는 것이 현명한
길이니 과거의 역사와 남이 실패한 일들을 주의해서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를 前覆後戒(전복후계)또는 ‘전철을
밟지 말라’ 라고 한다. 한나라가 세워지고 점차로 안정을 얻게 되었을 때 그토록 강력하였던 진나라가 왜 그렇게 쉽게
붕괴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가의는 過秦論(과진론 : 진나라의 과오)을 썼다. 과진론을 쓴
목적은 진나라 멸망의 원인을 분석하여 한 왕조가 정권을 공고히 하도록 귀감을 제공하는 데 있다. 역사상 오랜 기간
동안 나라를 유지하였던 하 상 주 삼대의 정치 이념과 진나라의 정치를 비교하여 진나라의 흥망성패의 소재를 명확하게
지적하였다. 즉 ‘진시황은 자만하여 남의 의견을 묻지 않았으며 잘못을 저질러도 끝까지 고치지 아니하였다. 또 2세는 그러한
태도를 계승하여 답습하고 고치지 않았으며 포학무도하게 굴어 재앙을 가중시켰다. 子嬰(자영)은 고립되어 도움을 받을 친척도
없었으며 취약해도 보좌해 줄 신하가 없었다. 이 세 군주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일평생 깨닫지 못하였으니 진왕조가
멸망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 당시 세상에는 사려 깊고 임기응변에 능란한 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감히 충성을 다하여 과오를 막아내지 못한 것은 진 왕조에 서슬이 시퍼런 금지령이 많아 충언이 입을 떠나기도 전에 살육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