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정형외과 소식지 386호-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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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고전산책(東洋古典散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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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예스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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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杏林春滿(행림춘만: 살구숲에 봄빛 넘치네)



    정
    형
    외
    과
    학
    회          인류의 역사가 시작하면서 질병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했고 질병 역시
    소          인류의 노력에 따라 없어지기도 했지만 또 다른 모양으로 생성되어 인류를 괴롭혔다.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의술이라고
    식
               하고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을 의료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료기술은 다른 기술과 달리 질병으로 몸과 마음이 약한 사람을
               상대하느니만큼 병을 치료하는 단순한 기술과 함께 사람의 아픈 마음에 위안을 줄 수 있는 기술 즉 인술이 같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랜 질병의 역사 속에 질병을 잘 고친 의료기술자보다는 그런 의술과 함께 인술을 함께 가진 의료인들이
               살아남아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董奉(동봉)은 후한 말 삼국시대의 오나라의 行醫(행의:의료인)였다. 어느 날 한곳에 이르러 사람들의 병을 보던 그는 그곳의
               산천경개에 반하여 아예 그곳에 정착하며 의료를 베풀기로 작정을 했다. 한 자그마한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집 후원을 큰

               정원으로 확장하고 거기에 살구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가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병을 치료받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러다가 곧 사방에서 사람들이 구름처럼 그의 집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병을 진찰하고 처방을 한
               환자들에게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병이 나으면 집 뒤 살구나무 밭에 중환자는 살구나무 다섯 구루를 경환자는 한 구루를
               심어 달라고 했다. 몇 해가 지나자 십여 만 구루의 살구나무가 그의 집 뒷산에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봄이면 살구꽃이 만발한
               뒷산은 그윽한 꽃향기에 잠기고 여름이면 가지가 휘게 살구가 주렁주렁 열렸다. 이렇게 되자 뒷산은 나는 짐승, 기는 짐승들의

               보금자리로 변했다. 동봉은 살구 철이 되면 살구나무 숲에 쌀 창고 하나를 지어놓고 살구 사러 오는 사람들에게 돈 대신 쌀을
               가져오라고 하며 쌀을 담아온 그릇에 쌀을 가져온 만큼 살구를 알아서 담아 가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로 인해 해마다 모은 2만
               섬이나 되는 쌀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고 또 먼 곳에서 진찰하러 오는 환자들에게 노자를 대 주었다. 한번은 누군가 가지고

               온 쌀보다 더 많은 살구를 가지고 갔다. 그러자 살구나무 숲에서 호랑이가 한 마리 뛰어나와 사납게 울부짖으면서 그 사람을
               뒤 쫓아갔다. 놀란 그 사람은 허겁지겁 도망가다가 넘어져 살구를 더러 쏟았다. 그러자 호랑이는 더는 쫓아오지 않았다. 그
               사람이 집에 돌아가 메고 간 살구자루를 보니 쌀을 메고 갈 때 쌀이 찼던 만큼 살구가 차 있었다.
               그  후  살구나무  숲  즉  杏林(행림)은  병자들을  위하여  건강과  행복을  도모하는  의사들을  지칭하는  말이  됐고
               杏林春滿(행림춘만: 살구나무숲에 봄빛 넘치네), 譽滿杏林(예만행림; 살구나무숲에 명예 넘치네)이라는 찬사로 의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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